반하고 있는 중입니다

반하고 있는 중입니다 완결

수도 없이 들어본 수안이라는 이름의 당사자를 오랜만에 만났다.  
살짝 불기 시작한 미풍이 태풍으로 변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좋은 걸 어쩌라고? 
욕심나는 걸? 
시작했으면 무조건 직진이다! 
      *** 
우르르 강의실 복도를 몰려 나가는 학생들 너머로 도진이 보였다. 수안을 먼저 발견한 도진이 전화를 끊고 성큼성큼 다가왔다. 수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떻게 된 거예요? 여긴 어떻게 알고?” 
자신의 연구실로 걸음을 옮기며 수안이 물었다. 수안을 따라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던 도진이 슬쩍 수안의 옆으로 나란히 다가섰다. 
“차 같이 마시기로 약속했잖아.” 
“‘차는 다음에 마시자.’ 그게…… 약속이었어요?" 
수안이 지난 번 도진이 했던 말을 되새기며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빈말은 안 해.” 
“선약 있으면 어쩌려고…… 연락도 없이?”  
여기까지 왔냐고, 아니 지금이라도 차 마시기 싫다면 어쩔 거냐고 묻고 싶었다. 
“그런 생각은 해보질 않아서. 내 운을 믿기로 했지.” 
놀리듯 씩 웃으며 말하는 도진이 기가 막혀서 수안은 뽀로통해졌다. 뭐지? 이 뻔뻔한 자신감은? 수안의 어이없어 하는 얼굴을 옆에서 지켜보던 도진이 빙그레 웃었다.  
     *** 
지난 봄, 그녀에게 반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봄, 그들만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영원은 수많은 ‘지금’들이 모여 만드는 것이라고 에밀리 디킨슨이 말했다. 영원히 함께 하기 위해 두 사람은 ‘지금’ 이 순간을 꽉 붙잡고 놓치지 않을 것이다.  
아직 그는 충분히 반하지 않았다. 그도 지금…… 그녀에게 반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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