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자라고?”
앳된 얼굴로 어설프게 재잘거리던 은수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건욱은 짐작하지 못했다.
친구의 여자.
그 관계가 주는 무게가 이렇게까지 저를 짓누를 줄은.
“나 떠난다니까 어떤 기분이야? 얼굴은 확실히 폈네.”
“미운 정이 들긴 했나 봐요.
보고 싶을 일은 없겠지만, 가끔 생각날 것 같긴 해요.”
멋대로 시작된 감정은 멋대로 끝낼 수도 없었다.
매 순간 그녀에게 빠져드는 절망을 견디지 못하고
차라리 떠나 버리려 했지만,
운명은 참 거지 같은 방식으로 다시 그를 붙잡았다.
“어떤 미친놈이 마음에도 없는 여자 곁을 4년 동안 지켜?
세상에 어떤 미친놈이 그래?”
흐르는 시간만큼 깊게 물들어 버린 마음.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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