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란국 정해력 382년, 태평성대.왕가의 일원인 선명 군이 납치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하필 백란이 그를 찾아내 그와 살을 비볐다는 것 또한,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심지어는 그 당사자인 ‘선명 군’조차도.“그대는 어째서 나를 그리 싫어하지?”“오해십니다. 그건…….”“오해? 대답해 봐. 내게만 그리 매몰차게 구는 이유가 뭐지?” 떠올릴수록 손이 떨려오는 첫 만남이었다.미혼향에 취해 몸을 겹치면서도 저를 알아보지 못하던 선명 군.아직도 그의 앞에만 서면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지는데,이런 제 맘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가까이 다가가서는 안 됐다.“그러지 말고 내 곁에서 좀 더 머물다 가는 것이 어떻겠소?”“예…… 예? 괜찮습니다. 저는…….”“내가 괜찮지 않아.”상냥함을 가장한 날 선 목소리가 말허리를 싹둑 잘랐다.의도를 종잡기 어려운 싸늘한 눈빛에 까닭 모를 불길함이 차올랐다.“혹시라도 은인을… 찾으신다면 상을 내리시겠군요.”“글쎄. 감히 나를 건드려 놓고 이 지경으로 방치해 두었으니… 상보다는 벌을 내려야 하지 않겠소.”전부 들킬지도 몰랐다.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차마 돌아설 수 없었다.혹시라도 알아챌까 벌벌 떨고 있으면서도 그를 거부하고 싶지 않았다.“그러니 이게 바로 그대야 받아야 할 벌이오. 이곳에 머무는 동안, 그대는 나와 밤을 보내야만 해.”*본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개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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