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널, 책임져야 해?”세강을 자극한 단어는 그거였다.책임.긴 다리를 꼬아 느른하게 소파 중앙에 자리 잡고 앉은 세강 앞에 수아가 공손히 손을 모으고 서 있었다.“면목 없는 말인 줄은 나도 알아. 그래도 오빠가 저번에……!”“그건 지난 일 아냐? 넌 이미 거절했고.”“아…….”수아의 간절한 눈빛을 보아하니, 이제야 막다른 골목임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이렇게 되리라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궁지에 몰린 생쥐 꼴을 세강은 조금은 더 즐기고 싶었다.“그렇다 치고.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이지 않아?”--------------------------------------------------아!다시 수아는 한없이 높은 세강을 향해 눈을 맞췄다.“키스, 해도 돼?”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그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했다. 싱긋 눈을 휘며 그가 고개를 내렸다. 따뜻한 입술이 겹쳐졌다.순간 수아는 머리가 텅 비어 버린 것처럼 생각도 감각도 느낌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인형처럼 그의 입술을 오롯이 받아들였다. 찍어 누르듯 두 입술은 한참 포개졌다가 떨어졌다.그는 키스라고 말했지만 단지 입맞춤이었다.“조수아, 괜찮아?”넋을 잃어버린 듯 그 자리에 멈춰 있는 그녀를 향해 약간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세강이 물어 왔다.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괜찮은 건지, 아닌지 알 수조차 없었다. 수아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기분 나쁘지 않다고 해야 하나, 황당하다고 말해야 할까, 아니라면 나쁜 놈이라며 드라마에서처럼 따귀를 때려야 하나.(15세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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