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던 짐승을 구한 여자, 벨리아.
그때는 그가 이렇게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지도 몰랐다….
나라를 버리고 달아나려던 벨리아에게 손을 내민 남자, 칸.
길들여지지 않은 기운과는 달리 그의 몸짓은 다정했고
허름한 제 삶을 바꿔주겠다는 그의 속삭임은 달콤했다.
“당신을 치료하게 해 줘요.”
“나와 함께 가자.”
한 걸음만 더 내딛으면 그의 손을 잡을 수 있는데….
그의 손을 잡아보기도 전에 오해만 쌓여가고.
다시 만난 그는 짐승이 아닌, 황제가 되어 있었다.
“기어이, 황태자비가 되겠다는 건가.”
“칸, 난 단지….”
감히 대답할 수 없었던 그의 질문. 그리고,
“그 밤. 날 살리지 말았어야 했다. 그냥 죽게 내버려 둬야 했어.”
은혜를 갚겠다며 한없이 다정하게 굴던 남자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대는 죽어가던 짐승 새낄 구한 거야. 그 짐승이 그댈 어떻게 물어뜯을지도 모르고.”
그의 분노를 닮은 붉은 망토가 허공에서 거칠게 휘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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