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녹으면 너에게

눈이 녹으면 너에게

9년간 반복된 빙의의 규칙이 깨진 건, 어느 날 좋은 가을이었다. 
9년간 세르비아의 몸에 빙의한 유소연과 돌리아르의 황제, 오웬. 
온화한 관계가 깨진 것은 소연이 떠나겠다 말한 날이었다. 
화창해 눈부신 날, 오웬은 제게 뻗어진 손에 얼굴을 부비며 울었다. 
“걱정이 돼, 비이. 나는 이토록 약하고, 또 약해서 네가 없으면 그때처럼 죽을 때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오웬은 깨달았다. 그녀를 잡을 수 있다면, 동정이라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을. 그는 어쩐지 비참한 기분으로 시선을 들었다. 그녀의 붉은 머리칼이 눈앞에서 노을처럼 번졌다. 
아름다운 머리칼, 아름다운 눈.
나를 떠나려는― 그럼에도 아름다운 나의 비이.
속이 울렁거린다 생각하며, 오웬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블랙드래곤이라면 날 한입에 집어삼키겠지.”
발갛게 물든 오웬의 눈가에, 온기가 스쳐 갔다. 굳은살이 박인 손이었다. 오웬의 눈이 커졌다. 그의 시선이 위로 들려 자신 쪽으로 상체를 숙인 이를 온전히 비춰냈다.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벅참에 그의 미간이 엉망으로 구겨졌다. 
“폐하. 폐하, 절 보세요.”
“응.”
“제가 여기 있습니다.”
“응.”
“제가…….”
망설이듯 다물린 입술과는 달리 오웬을 바라보는 눈에 망설임은 없었다. 오웬은 저를 비추는 눈을 황홀한 듯이 바라봤다. 
“있어 줄 테지, 네가. 내 곁에.”
단정하는 오웬의 말에 한참을 망설이던 입이 뱉으려던 한숨을 삼켰다.
“예. 제가 있겠습니다, 폐하.”
오웬은 이번에야말로 터지려는 눈물을 참기 위해 애를 써야만 했다. 자신은 역시 미친 게 분명했다. 미치지 않고서야 넓은 집무실 안에 앉아 있으면서 설산을 볼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그러나 그는 설산을 보고 있었다. 어둑하다 못해 음습했던 동굴 속에서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던 새하얀 설산을. 그리고 그 설산을 등진 채 자신만을 바라보던 그녀를.
사방이 흰 세상에서, 오직 저 홀로 붉게 타오르던 그녀를.
“제가 지켜 드리겠습니다.”
그 한마디에 오웬은 웃었다. 
마치 세상을 가진 것 같은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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