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죽일 거예요?”
빛줄기 하나 없는 깊은 밤을 닮은 이 불청객은 무방비한 목덜미를 훑으며 싸늘한 미소를 머금었다.
“내가 왜 너를 죽일까. 힘들게 살려놨더니 야속한 소리만 하는군.”
“그건…….”
“나는 네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온 거란다. 이블린.”
매혹적인 목소리가 귓가에 감겼다. 어둠에 익숙해진 덕분에 남자의 얼굴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아주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려 왔으니까.”
또다시 번쩍, 하며 번개가 치자 남자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였다.
핏빛의 눈동자가 붉게 빛나고 곧 하늘을 가르는 천둥이 북처럼 울려 퍼졌다.
칭찬을 구걸하는 어린아이처럼 그는 창문을 열고서 쏟아지는 빗줄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니 날 선택해. 너를 내게 준다면, 나는 네가 바라는 모든 것을 안겨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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