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조카가 진짜 악역인 것 같다. 사랑받지 못하고 구르고 구르며 자라난 내 조카는 이 세상의 절반을 날려버릴 것이다. 나와 저택 식구들의 미래를 절반 짜리 확률의 도박에 걸 수는 없었다. “제가 데려가겠습니다.” 나는 내 한 몸 희생해 조카의 양육을 맡기로 했다.*** “페키!” 페키는 아장아장 걸어와 내 품에 꼭 안겼다. 머리에 뿔이 날지도 모른다는 각오까지 하고 데려왔건만 아이는 내 불안이 무색하게 씩씩하고 착하게만 자라났다. 세계를 날려버리기는 무슨, 사랑스러움만으로도 세상을 구할 것 같은데. “루띠 조아!” 나를 너무 좋아해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게 조금 걱정이지만 이것도 자라면서 나아지겠지!**“진짜 그 애가 착하다고 생각해요?”“당연하죠, 우리 페키만큼 천사 같은 애가 어디 있다고.” 에녹이 눈썹을 들어 올렸다. 이 이야기만 나오면 항상 이런 반응이다. 애가 아직 에녹에게 정을 못 붙이는 건 있지만 그건 그쪽이 애를 괴롭혀서잖아요.“아니… 봐요.” 그가 나에게 손을 들어 조심스레 내 볼을 감쌌다. 그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졌다. 잘생긴 얼굴을 바로 앞에서 보는 건 좋다지만, 지금 뭐 하는 거야? 내가 얼굴을 한 대 치기도 전에 그는 무언가에 밀쳐지듯 뒤로 밀려나 벽에 온몸을 박았다.“루시!” 페키가 나타나 내 등에 매달렸다. 에녹은 페키를 노려보며 온몸에 달라붙은 돌 부스러기를 털어내고 있었다. 날아간 사람이 그가 아니었다면 위험할 수도 있을 만한 일이었다.“에녹은 왜 그러고 있어?” 그렇지만 내 목을 감싸 안은 페키는 평소처럼 천진난만한 표정이었다… 에녹이 혼자 쇼하는 건 아닐까? 아니면 우연히 마법적인 현상이 일어난 건지도 모른다. 우리 페키가 그런 일을 할 것 같지는 않은데. 하지만 에녹은 페키의 말이 황당하다는 듯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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