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컸습니다

곱게 컸습니다 완결

“아, 지겨워.”재벌가의 기품 있는 사교 모임, 일명 ‘재기사’에 참석한 수현. “잠깐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 지루해서 물만 마셨더니 방광이 터지겠네요.”결국 수현은 천박하면서도 우아한 말은 던지고 자리를 빠져 나왔고, 아무나 올 수 없다는 한정식 집의 문 앞에서 하이힐을 내던지고 발버둥을 치다가 윤제를 만났다. “혹시 미쳤어요?”일면식도 없는 사이에 대뜸 미쳤냐는 태평한 질문을 건넨 윤제는 수현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지겨워 죽겠다는 얼굴.“뭔가 잘못된 일을 하고 싶은 기분, 혹시 아세요?”“그럼 나랑 잘래요?”수현의 말에 윤제는 곧바로 응답했다.서로에게 일탈과도 같은 ‘하룻밤’을 꿈꿨지만 말 그대로 하루가 지난 밤일 뿐이었다. * * *“전 서초구에서 작은 카페를 해요. 혹시 서울중앙지검 아세요? 그쪽인데.”“그 카페 앞 건물에서 일합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일하거든요.”인연일까, 악연일까.“다시는 보지 않길 바랄게요.”윤제가 씩 웃었다. 앞날을 미리 알고 있는 사람처럼 은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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