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 물든 향기

손끝에 물든 향기 완결

시냇가 빨래터 수양버들 아래서백마 탄 낭군과 손잡고 속삭였네처마 끝에 삼월 봄비 몇 날을 내려도손끝에 남은 향기 어이 차마 씻으리〈제위보濟危寶, 이제현〉온순해진 백마의 눈이 빛났다.그리고 그 옆에는 몽골어를 쓰는 사내가 말에서 내려 넘어진 영경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렇게 세차게 내리던 비가 순식간에 멈추고 수양버들을 타고 흐르던 빗방울들이 토독토독, 앙증맞게 떨어졌다.손가락 끝으로 떨어지던 빗방울이 멈췄을 때, 영경은 자신도 모르게 그 손을 잡고 일어섰다.“…이제야 찾았다.”“…예?”“이제야 찾았구나. 5년 전, 불은사佛恩寺에서 만났던 조영경.”***“그때 그를 만나지 아니했더라면, 모든 것이 좋았을까요?”영경이 되물었지만 이미 그 질문의 답은 그녀 스스로 알고 있었다.“이미 스친 손끝에 진하게 남은 그 향기를 어찌 지우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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