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 이후 재희와 같은 작품에서 다시 만나게 된 가인.
그런데 그는 그녀의 기억 속에 있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짙은 수컷의 향으로 뒤덮인 그가 그녀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몰입을 잘하는 편인가 봐요.”
그의 시선이 아래에서 점차 위로 올라왔다. 그게 무엇을 뜻하는 건지 가인은 단박에 알아챘다. 조금 전의 일을 다시 떠올리자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
“아니면 나 때문인가.”
재희가 입꼬리를 장난스럽게 올렸다. 하지만 옆으로 긴 눈매는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그녀를 직시했다. 그 눈빛이 꼭 잡아먹을 것처럼 거대해 긴장하게 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옅게 흔들렸다. 그걸 본 재희가 다시 해맑게 웃으며 귓가로 고개를 숙였다.
“개인적으로 후자였으면 좋겠는데.”
그의 뜨거운 숨결이 귓가를 파고들자 가인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그가 그녀의 뺨을 손으로 부드럽게 만지며 시선을 마주쳐 왔다.
“나도 그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