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서양풍, 판타지물, 전문직, 권선징악, 운명적 사랑, 복수, 순진남, 동정남, 배려남, 대형견남, 뇌섹녀, 능력녀, 사이다녀, 괴팍녀, 걸크러쉬, 먼치킨녀, 기묘한 갑을관계, 달달물, 추리물, 여주는 탐정님
▶책 소개
샤이로 제국의 수도 에일룬의 메인 스트리트를 대표하는 셀럽이자 매혹적인 여성 탐정 로이나.
큰 손님의 의뢰를 처리하기 위해 잠복에 나섰다가 암살당할 뻔한 시그레이브 공작가의 독자를 구해드리고 말았다.
“은인께는 말 못했지만 사실 내가 가족들 모르게 집을 나왔거든.”
제국 제2공작가라 불리는 귀족가의 아드님이 가출을 하셨다는 것도 어이가 없는데 ‘그만 너희 집으로 돌아가렴.’ 좋게 얘기했더니 한다는 소리가…….
“날 여기 남게 해주게. 거절한다면 여길 나가 동네방네 소리치고 다니겠네. 시그레이브의 후계자, 나 아로나드가 에일룬에 돌아왔다고! 혹시 또 암살자 때문에 내 신변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대가 퍽 난감해지겠군.”
맙소사, 아예 눌러앉아 버리겠단다.
어처구니 없는 동거는 그렇게 시작되어 버리고.
좋아,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 기왕 이렇게 된 거 공작가로부터 사례금을 왕창 받아내는 그날까지 제대로 부려먹어 주겠어!
인생은 실전이라고, 이 공자놈아!
무척이나 괴팍한 탐정과 순진하기만 한 공자님 앞에 펼쳐지는 어두운 음모. 그리고 그 속에서 뜬금없이 피어나는 갑분 로맨스!
세상 반듯하기만 하신 공자님은 과연 약삭빠른 탐정 로이나의 마음을 뺏을 수 있을까?
▶잠깐 맛보기
“그 사실을 왜 메리골드 양이나 레베카 부인께 알리지 않은 건가? 그 사실을 알려주면 두 사람은 괴로움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래야 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차갑게 느껴지는 단답형의 대답 뒤에 그녀가 살짝 웃었다. 잠깐 드러났다 사라지는 가지런한 치아에 아로나드는 시선을 빼앗겼다.
아니, 그러나 웃는 게 아닌지도. 눈맵시 어딘가는 처연해 보였으니까.
“이유야 어쨌든 살인이 벌어졌어, 아론. 그건 절대 되돌릴 수도, 지워질 수도 없는 사실이지. 하나의 생명을 멸했을 때는 그만큼의 무게를 마땅히 짊어져야 하는 거야.”
바로잡아야 할 오해가 있는 사람처럼 로이나는 곧장 말을 보탰다.
“나는 누굴 심판하는 사람이 아니야. 그렇지만 누구에게 자비를 베푸는 사람도 아니지,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
이어서 아주 조그맣게 “아론같이 올곧은 사람은 이해 못하겠지만.”이라는 소리가 뒤따라 나왔다.
“그럼 그 두 사람을 왜 도운 건가?”
그때 그녀가 손을 길게 뻗어왔다.
살짝 세운 손가락은 그의 콧등만 톡톡 두드렸다.
“트리샤 부인이 남겼다는 유언.”
끝까지 살아남아라.
눈감지 않아도 보인다.
피와 눈물로 얼룩진 얼굴, 발밑에서부터 올라오던 비릿한 강물 냄새, 마른 논바닥처럼 갈라졌던 육중한 바위더미까지.
“삶의 목표를 생존으로 정하게 되잖아. 그런 삶을 지켜간다는 건 몹시 피곤한 일이야.”
짧은 순간, 아론은 깨달았다. 그게 로이나 본인의 이야기라는 걸.
무섭도록 공허해 보이는 얼굴이라 누구에게 어쩌다 듣게 되었는지 차마 물어볼 수는 없었지만.
“그대에게 그런 말을 해준 이가 있다면, 나는 그분께 감사했을 것이네. 나는 그대와 만나게 된 게 퍽 즐거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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