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났던 황제의 두 번째 청혼

바람났던 황제의 두 번째 청혼

“세일리아.”“우리가 서로의 이름을 부를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되는데요 폐하.”이게 우리의 첫 대화였다.나를 배신하고 블레어 왕녀와 바람을 피웠던 레오와 헤어지고 난 후. 그 남자와의 1년 만의 대화.내게 말을 건 이유 따위는 알고 싶지 않았다. 이유가 뭐가 되든지 상관은 없었다.“나가 주세요.”더는 같은 공간에 있는 것조차 치가 떨려 내뱉은 말에도, 저 남자는 도통 나갈 생각도 없이 그저 나를 빤히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폐하가 나가시지 않으면 제가 직접 나가겠습니다.”어쩌면, 아주 어쩌면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마지막 정을 감안해 가볍게 인사라도 하고 나가려던 나를 잡아 세운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내 얘긴 아직 안 끝났어.”“너랑 할 이야기가 더 있긴 했었나?”“그래 이런 식으로 길게 이야기 하고 있는 것도 서로에겐 불쾌할 뿐이야.”말을 끝맺은 뒤, 세일리아를 무심한 눈길로 바라보던 레오가 입을 열었다.“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지, 나와 결혼해 줘.”나를 버리고 간 남자의 두 번째 청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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