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질없는 것을 바라면 [외전선공개]

부질없는 것을 바라면

에블린은 그들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었다.
주인공의 화려한 부상을 위해 바꿔치기 된 가짜가 있을 자리는 없을 터.
어차피 쫓겨나 객사할 운명이라면, 또다시 비참해지기 전에 제 발로 떠나리라.
* * *
재회로 인한 동요를 억누른 에블린이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공자님.”
“……공자?”
“하면 오라버니라 불러…….”
“나는.”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두어 걸음 떨어져 있던 에단이 코앞까지 바짝 다가왔다.
그는 에블린을 제 쪽으로 잡아끌며 잔뜩 갈라진 음성을 내뱉었다.
“네 오라비가 아니다.”
그의 눈동자 속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감정이 선명했다.
그것을 보게 된 에블린은 결국 조소를 내뱉고야 말았다.
‘자주 만나지 못한다 한들, 내가 너의 오라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네가 나의 누이라는 사실도 변하지 않으니까.’
한때 다정한 음성으로 그리 말해주던 이였는데,
피가 섞이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니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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