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도련님

나의 도련님

7년 전, 당시 중학교 2학년이던 정연은 처음으로 도련님을 만났다. “어머, 쟤는 누구야?” 손님들의 관심이 제 딸에게 쏠리자 정연의 아버지 임 씨는 무슨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제 딸년입니다.”“요즘 애들답지 않게 정말 착하네요.” 여름 내 밖에 나가 노느라 새까맣게 탄 정연의 얼굴이 그때만큼 빨갛게 달아올랐던 적도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온 사람이 한 사람 있었으니 그가 바로 이 집 주인의 아들이자 모두가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그 남자였다.“자, 용돈이야.” 뻣뻣하게 굳어 있는 정연의 옆에서 임 씨가 황송해서 어쩔 줄 모르는 태도로 중얼거렸다. “아닙니다, 도련님.”“어서 받아.” 정연이 쑥스러워하며 돈을 받지 않자 도련님은 정연의 손에 직접 돈을 쥐어줬다. 도련님이 정연의 마음으로 걸어 들어온 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단지 그가 제가 평생 받아본 용돈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줘서가 아니었다. 제 손에 돈을 쥐어주던 그의 손, 그 손의 감촉... 그리고 그에게서 나던 냄새, 사람의 몸에서 그런 향기로운 냄새가 날 수 있다고는 생각할 수조차 없었던 정연에게 그의 몸에서 나던 향기는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자취를 남기고 사라졌다. 그날 이후, 정연은 도련님을 떠올릴 때마다 그의 몸에서 나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던 그 황홀한 냄새를 떠올렸고, 그럴 때마다 이상하게 심장이 뛰고 온몸이 붕 뜬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곤 했다. 도련님을 못 본지 벌써 여러 해째였다. 몇 년 사이에 도련님이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지 몹시 궁금했다. 그는 내가 한때 이 별장에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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