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참인지 벗은 몸에서 좋은 냄새가 났다. 우진과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온 사이였다. 벗은 몸을 한두 번 본 것도 아닌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위화감이 들었다.
“손님이 왔는데 벗고 나오는 건 무슨 매너야?”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우진은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고2 때 이미 180을 넘어섰고, 언제부터인가 세영이 목을 꺾지 않으면 쳐다보기도 힘들 만큼 장신으로 성장해 있었다. 근육으로 꽉 짜인 그의 몸을 보고 있으려니 잘 아는 사이인데도 왠지 목이 말라왔다. 넋을 놓고 쳐다보고 있으려니 우진이 놀리듯 말했다.
“보기 안 좋으니까 침은 좀 닦지 그래?”
***
“나한테 자꾸 수도승 같은 삶을 강요하지 마. 정 그렇게 불안하면 차라리 네가 내 애인이 돼 주던가.”
“마...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너랑 난 그런 사이가 아니잖아.”
“우리가 어떤 사인데?”
“몰라서 물어? 친구잖아 우리.”
“친구? 누가?”
뭐라고? 세영은 마치 못 들을 소릴 들은 사람처럼 우진을 쳐다봤다.
“난 너랑 친구할 생각 없는데? 너 아니라도 난 친구 많아. 굳이 너까지 내 친구가 돼줄 필요는 없단 얘기야.”
“친구가 아니면.... 그럼 뭔데?”
“여자.”
세영이 충격을 받은 얼굴로 쳐다보자 우진은 그런 세영에게 더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고 중얼거렸다.
“안고 싶은 여자.... 아주 오래전부터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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