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을 농락하는 재상.
그리고 그 재상을 살해하려는 여왕.
그의 몸 아래 깔려 유린당하는 하루하루를 벗어나는 길은 오직 그를 죽이는 것뿐.
“내 여왕님.”
그의 예의 바른 말투 속에는 독이 숨겨져 있다.
“저를 건드리지 마시라 했지요?”
……또 조례에서 했던 말이 그의 심기에 거슬렸나.
“지금 당장 침상 위에 엎드리십시오.”
아득하게 절망적인 명령.
오늘도 처벌 같은 교합이 시작된다.
“당신께 수많은 지식과 제왕으로서의 마음가짐을 가르친 건 누구지요?”
그것은 당신.
“당신께서 왕위에 오르도록 적극적으로 지지한 건요?”
그 또한 당신.
내게 처음 사내를 알게 한 것도 당신.
나의 몸과 마음을 오롯이 당신의 색으로 물들이고,
당신 이외의 사내는 꿈에서조차 떠올릴 수 없게 길들였다.
어릴 적 가슴 떨리던 첫 정이었던 사을.
지켜줄 거라 믿었던 감정은 애증이 되고, 그녀는 결심했다.
사을, 당신은 내 손에 죽어야 한다.
내가 내 나라를 주체적으로 다스리기 위하여.
그리고 죽은 내 아버지의 안식을 위해서도.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