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렬히, 박히다

열렬히, 박히다 완결

그는 그녀의 기억 속에 열렬히 박혔고, 그녀는 그의 그림 속에 열렬히 박혔다.
베일에 싸여 있는 천재 미술가, 차준영.
세간에선 그가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무수히 많은 말이 떠돌지만,
준영은 신경도 쓰지 않고 그저 그림에만 몰입한다.
그에게 그림은 돌파구였고, 안식처이자 모든 끓어오르는 감정을 잠재우는 도구였다.
수컷의 본능조차도 그림 속에 가두었다.
제 손으로 그리는 세상은 절대로 자신을 배신하지 않았으니까.
가장 간절했던 어머니로부터의 버림.
끝까지 믿었던 형의 배신으로 준영은 세상 모든 관계와 믿음을 증오하며 그렇게 그림에만 집착했다.
그렇기에 그의 그림에 사람은 없었다. 특히 여자는.
그런 그에게 그림으로 남기고픈 뮤즈가 나타났다.
이름 말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의문의 여자, 가비.
기억을 잃었다는, 믿을 수 없는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준영은 자꾸만 가비에게 끌려든다.
난생처음으로 곁에 두고픈 여자.
하지만 관계의 깊어짐이 두려워 그저 뮤즈로만 바라보는 준영.
가비는 그런 준영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 뮤즈를 선택했지만.
“준의 목소리로 채워줘.”
“기억해요? 나쁜 늑대한테 토끼는 한입거리라고. 그렇게 먹히는 순간 돌이킬 수 없다고.”
“돌이킬 필요 없어. 날 안아줘. 당신의 모든 걸 내게 새겨줘.”
위태로운 관계 속에 빨려들어 그들은 서로를 탐하고 애원하고 갈구하며 그림을 완성하기 시작한다.
그 그림의 완성 끝에 그들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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