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뢰르에서 잊을 수 없었던 하룻밤. 두 사람은 다시 재회한다.
“윤혁 씨…….”
시영이 가늘다 못해 끊어지기 일보 직전인 이성의 자락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가늘게 뜬 남자의 눈은 밤바다처럼 어두웠지만 그 안에서 일렁이는 붉은 빛이 보이는 듯했다.
“아직…….”
차마 끝까지 맺지 못한 말들이 목구멍 속에서 잘게 흩어졌다. 크게 의미 있는 말들도 아니었다.
떨리는 속눈썹을 들어 마주한 윤혁의 눈빛은 시영을 옭아맨 채 응시할 뿐, 그의 붉은 입술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싫어요?
남자의 눈이 물었다. 그의 눈빛에 시영은 가슴이 크게 위아래로 오르내릴 만큼 가쁜 숨을 내쉴 뿐,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난 원하는데.”
윤혁이 시영의 가느다란 목선에 닿을 듯 입술을 가까이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목덜미를 파고드는 뭉근한 열기에 시영은 몸을 옅게 파르르 떨었다.
“박시영 씨는?”
솔직하게 말해 봐.
그게 진정 당신이 원하는 건가? 하고 묻듯이 윤혁이 물었다.
이에 시영은 잠깐 혼란스러워졌다. 뭐라고 대답하지? 원한다고? 아니면 원하지 않는다고?
그와 서로 각자의 자존심을 세우며 할퀴기가 몇 번이었던가.
“우리, 서로의 몸처럼 오늘 밤은 솔직해지죠.”
쿵.
시영의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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