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쪽이 말했듯 우린 이렇게 술 마시자고 해서 마실 사이도 아니잖아요.
그런 사이에 고민이며 푸념이며 들어주는 건 너무 웃긴 일 아니겠어요?”
우리 사이는 딱 여기까지라고 선을 긋는 듯한 말을 잠자코 듣고만 있던 지훈이 되받아쳤다.
“왜요? 술도 마시는 사이인데, 술을 마시면서 그런 얘기를 할 수도 있는 건데, 그러면 안 돼요?”
“안 되는 건 아니죠. 하지만 우리 딱 이 정도 선에서 그만 멈추죠.”
망설임이 약간 묻어났으나 끝내 그녀는 단호했다.
결국에는 선을 그은 거다.
어떠한 기대를 한 건 아니지만 섭섭했다.
섭섭했다는 거 자체가 기대한 건가?
가희는 흔들리는 지훈의 눈동자를 읽었다.
갈대처럼 흔들리는 그의 눈동자를 보니 마음이 흔들렸다.
마음이 흔들린다는 게 어떤 의미로 흔들리는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분명 어떠한 굳은 의지나 믿음에 금이 갔다.
이렇게 진득하니 오랫동안 눈을 맞추는 건 처음이다.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쳐다만 보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계속해서 눈을 마주하자니 가슴 한구석이 버거웠다.
더는 두 눈을 똑바로 마주하기가 불편해질 즈음 그가 먼저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우리 이미 너무 멀리 온 것 같네요.”
사랑에 빠지는데 많은 이유는 필요 없다. 느낌. 그거 하나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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