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한 사내 파트너

오만한 사내 파트너

저 보란 듯이 벌어지는 다리.
명령조의 너무나도 명확한 의도에 드는 생각은 하나였다. 오만하기 짝이 없다.
“사냥할 땐, 사냥감이 도망갈 틈을 줘야 한대요.”
친구를 대신해 나간 소개팅 자리에서 만난 남자의 속을 읽기 어려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남자는 저를 자극하는 중이라는 것.
“그래야 사냥감의 숨통을 끊어 놓는 순간이 즐겁대요. 발악하면, 할수록 더.”
그리고 저 역시 이 남자에게 자극적인 상대라는 것.
새빨간 설하의 입술에 웃음기가 번졌다. 띵, 경쾌한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이대로 올라갈래요, 아니면 헤어질래요?”
노골적인 유혹에 대한 설하의 대답이었다. 만난 적도, 다시 만날 일도 없는 남자와의 하룻밤은 그저 쾌락만을 위한 거였다. 딱, 거기서 끝났어야 깔끔했다.
“왜 그럽니까? 김설하 씨는 토끼를 사냥하는 사냥꾼 아니었나.”
그런데 남자가 다시 나타났다. 그것도 설하가 다니는 ZI 호텔 대표라는 타이틀을 달고.
“그럼 반대로 누군가에게 사냥당할 각오 역시 하고 있었어야지.”
다시 만난 남자는 여전히,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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