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십시오.”
연갈색 동공이 가냘프게 요동치자 그가 눈을 치뜨며 냉정하게 쏘아붙였다.
“그대 뜻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을 테니.”
“예?”
“내가 당신을 다시 만나기로 했으니까.”
***
마당을 가로지르는 강원의 걸음이 어쩐지 초조했다.
사내가 여인이 된다니 그 무슨 허무맹랑한 소린가.
별채에서 본 여자는 달빛 그 자체였거늘.
하얗게 발하는 아름다움에 하늘의 달조차 빛을 잃을 정도로.
허나 너무도 기묘했다.
그 별빛 같은 여인에게 계속 작은 도령이 겹쳐졌다.
분명 심상치 않은 무언가가 있었다. 결코 흘려 넘길 수 없을 정도로.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무조건 그 여인과 가까워져야 했다.
하지만 파혼하고 싶어하겠지.
여인이든 사내든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녀는.
어느새 강원의 눈은 더욱 첨예하게 빛나고 있었다. 한없이 반듯했던 눈은 더없이 냉정해졌다.
이는 곧 말로써 터져 나왔다.
“아버님, 소자 혼인하겠습니다.”
“뭐?”
“혼인하겠습니다. 병조판서의 여식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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