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나라라 일컬어지는 신라의 가장 아름다운 화랑, 풍월주 설찬
이 아름답고 차갑기만 한 사내를 위하여 원화가 되어 검을 든 소녀, 단희.
그녀의 부드러움은 사내를 녹이고, 그녀의 강인함에 사내는 함락당하고 만다.
***
세상의 모든 수심을 짊어진 것 같은 짙은 눈빛의 사내는 나붓한 소녀의 앞에선 채 말했다.
“너를 마음에 담을 일은 없을 것이다.”
담백하지만 힘이 넘치는 그의 확신에 소녀는 덤덤히 물었다.
“어찌 그리 확신하시는지요?”
“그것이 나의 신념이기 때문이다.”
옅은 진달래 빛 입술을 길게 늘여 소리 없이 웃은 소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리 하시지요.”
고집스럽게 우뚝하니 서 있는 사내를 바라보는 소녀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당신께서 그것이 신념이라 하신다면, 저 또한 저의 신념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서슴없이 그에게로 다가오는 그녀의 걸음에는 어떤 결기가 담겨 있었다.
꼿꼿하게 버티고 선, 신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내라 일컬어지는 풍월주 앞에 선 소녀는 맹랑하게 웃음을 흘렸다.
도발하듯 그의 코앞까지 다가간 그녀가 숨소리마저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속살거렸다.
“흔들리지 않는 것은, 풍월주 당신의 몫일 테니까요.”
야살스러운 소녀의 숨결에 달큼한 유혹의 향이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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