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놈이랑, 결혼을…. 한다고?”
“뭘 그렇게 정색해요. 몰랐던 것도 아니면서.”
한낮의 무더위가 도로 위에 아지랑이를 피워내던 한 여름날.
딴 놈의 여자가 되기 위해 차려입은 고운 혼례복을 즈려 밟고 그녀가 왔다.
***
세상만사 그저 나른한 도하의 신경을 건드리는 향기.
여자의 온몸엔 마른 풀잎 향기가 짙게 배어 있다.
그저 거슬리는 여자라고만 생각했는데.
젠장… 그 아이였다니.
“한유. 너, 나 몰라?”
“모, 모르는데요.”
“입만 열면 거짓말은.”
들킬 거면 한 이불 속에서 뒹굴기 전에 들키던가.
어떻게 한 침대에서 몇 번을 뒹굴고도 몰랐을까.
“제가 알던 사람은 ‘한도하’지 ‘강도하’ 씨가 아닌데요.”
“다행이네. 너랑 하는 거 찝찝할 뻔했는데.”
“찝찝할 게 뭐 있어요. 우린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닌데.”
“아무 사이는 아닐지 몰라도, 아무것도 안 할 사이는 아니지”
어느새 허물을 벗어 던진 샛노란 나비가
무채색이던 도하의 세상을 색으로 물들인다.
“말해 봐. 나랑 어쩌고 싶어?”
“당신은요? 당신은 어쩌고 싶은데요?”
“나? 난 너랑 자고 싶지. 뭘 물어. 당연한 걸.”
잡혀주지도 않을 거면서, 눈앞에서 계속 얼쩡거리는
‘한유’라는 발칙한 노랑나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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