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나무 숲에 눈이 내리면

삼나무 숲에 눈이 내리면

고은설.
불행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남자친구가 배신한 여름을 지나,
진눈깨비가 내리던 겨울날
갑작스럽게 들려온 아빠의 사망 소식.
힘겹게 버티고 선 불행의 끝에 그 남자가 서 있었다.
비난과 위로를 동시에 하는 남자.
하지만 그의 비난은 아프지 않았고, 대충하는 위로는 제법 힘이 있어 은설의 상처를 어루만졌다.
최건하.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어릿했다.
외로운 나무처럼 홀로 서럽게 울던 그녀.
“가지 마.”
의식이 없는 와중에도 손가락 하나를 꽉 쥐고서 놓지 않던 고은설.
위로해 주고 싶었다.
그녀를 슬프게 하는 것들로부터 지켜주고 싶었다.
“내가 널 웃게 해줄게. 날 믿어, 은설아.”
폭설이 쏟아지던 제주도.
눈안개가 부옇게 날리는 삼나무 숲.
용서와 위로가 눈과 함께 내리는 그 숲에서 건하는 은설을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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