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나라 백한, 사계절 내 눈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백한의 유일무이한 황가.
14대 황제 원종의 손녀로서 태자에 등극한 은호는 어릴 적부터 감정을 잃고 사랑에 대한 감정을 모른 채 살아간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혼례'라는 과제. 황제가 되기 위한 관문이라 여긴 그녀의 앞에 나타난 여인 ‘수연’.
“전하를 연모하옵니다.”
권력을 향한 욕망인지, 사랑인지 혼란스러워하는 은호와 그녀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아끼지 않는 수연. 두 사람은 진실된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
“…나를 오랫동안 안 것도 아닌데, 어찌 나를 연모합니까. 부인.”
수연은 소리 없이 웃었다. 그 웃음이 슬퍼 보여서 입을 다물었다. 더 말할 수 없었다. 나는 실언했음을 깨달았다. 가례를 치른 당일, 신부에게 건넬 말이 아니었다. 앞으로 평생을 볼 부인에게 할 말은 더더욱 아니었고. 나를 연모해주는 부인에게 감사해야 하는데.
“전하께 저를 연모해달라고 간청하지 않겠습니다. 전하를 귀찮게 하는 일조차 없을 겁니다. 다만, 전하께 하나만 부탁해도 되겠사옵니까.”
“…편히 말씀해주세요, 부인.”
“전하께서… 귀애하시는 이가 생기면, 제게 가장 먼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당신을 귀애한다고 말할 수 없었다. 나는 그녀를 연모하지 않았으니까, 나는 감정을 모르니까,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무책임한 나는 그에 아니라고 반박조차 할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부인. 부인께 가장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수연과 눈을 마주하였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서글퍼 보여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전하께옵서 원하실 때 초야를 치르겠습니다. 그러니… 심려치 마소서.”
그녀는 스스로 대례복을 벗었다. 원칙대로라면, 순리대로라면 내가 풀어야 할 고름에 자신의 손을 얹어 풀어냈다. 나는 그 모습을 홀린 듯, 바보처럼 바라보았다. 그녀가 옷을 벗고, 새하얀 침의 차림으로 다가왔다. 그녀가 내게 잔을 건넸다.
“혼례주는… 마셔주세요.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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