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신부를 위하여

사라진 신부를 위하여

“얼마 전까지 내가 널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한참 어린 꼬맹이라고.”
강철은 무방비한 모습으로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녹담 앞에서, 또다시 무한의 인내를 해야만 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며 붉게 달아오른 녹담을 응시했다.
“……지금은 어떤데.”
어쩌면 용기를 내어 툭 던진 물음이었다. 
술기운을 빌려, 조금은 솔직한 그녀의 대답을 듣고 싶은 바람이기도 했다.
“강철아. 나 미쳤나 봐.”
하지만 녹담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예상치도 못했던 말에, 강철은 술에 취하긴커녕 찬물을 세게 맞은 것처럼 정신이 선명해졌다.
“일곱 살이나 어린 네가 남자로 보여.”
강철이 간신히 부여잡고 있던 이성의 끈이 투둑,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 밤은 도저히, 그녀를 얌전히 재울 자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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