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雪)인사

눈(雪)인사

“눈이 내리는 보름밤 이곳에 다시 오겠느냐?”
가노인 은령은 주인 아가씨를 대신해 황궁의 볼모로 들어가는데, 
그곳에서 매일 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내를 만난다.  
“황제의 궁녀 따위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누가 들으면 승은이라도 입은 줄 알겠다.”  
“왜 아니겠습니까?”
야무지게 대거리를 했지만 은령은 속으론 떨고 있었다. 
미쳤어! 이토록 엄청난 거짓말이라니.... 
하지만 이번 거짓말에는 사내도 놀란 듯 보였다. 그는 팔짱을 낀 채 한동안 말 없이 은령을 응시했다. 어둠속에서도 그가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으래? 황제가 정녕 너를 품었다는 말이지?”
“못 들은 것으로 하여 주십시오. 이건 황상과 저만 알고 있는 비밀이니.” 
은령이 돌아가자 교언이 물었다.
“그 여인이 대체 누구입니까?”
“내게 승은을 입은 여인....”
“예에에?”
교언은 너무 놀라 소리를 지르다시피 했다.  
“...이라는데 나는 도통 기억에 없구나. 그러니 그 여인에 대해 잘 조사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문위는 드물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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