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이 된 남편과 혼인합니다

폭군이 된 남편과 혼인합니다

다른 이의 것은 통 구분 아니 되던 발소리를, 유독 그대의 것만은 곧잘 맞추곤 했었소 발소리가 저 너머에서 조금씩 가까워지면, 그때부터 이미 나는 저절로 웃음이 나곤 했더랬지 . . 죽으면 남편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줄 알았는데, 환생을 해버렸다. 부족한 것 없는 후작 가문의 고명딸이란다. 보고 싶었던 남편은 볼 수 없어서 슬펐지만, 그래도 새로운 삶 부여받았으니 흘러가는 대로 소소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려 했다. 그런데, 제 형제자매를 모조리 죽이고 제위에 올라 지금까지 전쟁을 일으켰던 폭군이 우리 가문에 마수를 뻗기 시작하면서, 나는 가문을 지키기 위해 다시 황궁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혹시 들어간 다음 날 누명을 쓴다거나 독이 든 잔을 선물로 받는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 보폭이 일정한 걸음이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그 단정한 걸음에, 문득 옛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천천히 눈을 깜박이며 흐릿하게 미소 지었다. 그의 발걸음도 이 소리와 참 비슷했다. 그는 항상 나를 놀래려 했었다. 하지만 항상 보폭 일정한 그의 발소리는 집무를 보는 와중에도 늘 생생하게 들렸더랬다. 지금처럼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를 느낄 때면, 도저히 입술을 비집고 새어나오는 웃음을 감출 수가 없어서― 발걸음이 멎었다. 덩달아 입가에 스몄던 웃음도 멎었다. 그는, 이곳에 없었다. 있는 이라고는, 가문을 위해서 알현하는 황제라는 남자가 있을 뿐. 얼굴 위로 웃음 가면을 씌운 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황제를 마주했다. ―그리고 숨을 멈췄다. “그대가 레위시아 로단테 아이데라인가.” 잊을 리가 없었다. 잊을 수가 없었다. 죽어서도 잊지 못한, 그리운 나의 남편. ―백하 효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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