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령도
엽사무 작 김명희 역
자화는 끝없이 펼쳐진 우주 속 지구와 같은 생명체가 존재하는 또 다른 천체였다.
태초의 자화는 그 어떤 인간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는 황량한 세계였다.
네 개의 해와 네 개의 달이 변덕스럽게 운행하고, 잦은 지진과 분출하는 화산, 사방에 도사린 흉포한 맹수들, 그리고 독기를 머금은 안개와 가스까지 뒤섞여 태고의 자화는 인간이 살아가기엔 너무나도 척박한 땅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름 없는 진인이 하늘에서 내려와 자화에 천주(天柱)를 세우자 대지에는 영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네 개의 해와 달이 제자리를 찾아 뜨고 지며, 점차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으로 변모해 갔다.
이후 인간들의 삶 속에 '영문(靈門)'이라는 것이 나타났다.
몸에 영맥을 타고난 이들은 수련을 시작했고, 그들은 그 무명의 진인을 개령조사(開靈祖師)로 모시며 온갖 고행과 수행을 거쳐 영도(靈道)에 들어섰다.
더 나아가 진도(眞道)의 경지에 오른 자들은 진인이 되어 우주를 자유로이 누볐다.
주인공 엽호연은 영문의 아주 평범한 제자였다.
서천마주(西天魔洲)를 탐험하던 부모가 요마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한 후, 엽호연은 뜻밖의 신체 변이로 수행이 점점 더뎌졌다.
결국 영문제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폐맥인(廢脈人)'이 되어, 반평생의 수련이 헛된 꿈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영문의 핍박을 견디지 못한 그는 천 리 밖 만령성(萬靈城)으로 쫓겨나 여생을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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