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 역할을 강요받았다 [외전 선공개]

악녀 역할을 강요받았다

어린 시절부터 로사나의 인생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들이 정한 ‘로사나 아르카디’를 연기하는 배우였을 뿐.
아무리 소리쳐도 바뀌지 않는 진실에 힘없이 손을 놓아버린 지 오래였다.
“너의 끝이 드디어 찾아왔구나. 이야기의 결말이 다가오고 있어.”
“어머니의 말처럼 저로 결정되었나요?”
“당연하지.”
그렇게 모두가 원하는 결말에 따라 로사나는 디오바하 황제와 약혼녀가 된다.
***
“넌 그 ‘로사나’가 맞나?”
“폐하께서 아는 로사나는 누구인가요?”
“황태자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신의 동생을 독살하려 했던 여자.”
“…그렇게도 불리기도 하죠.”
제이드는 그가 갖고 있던 ‘로사나 아르카디’라는 인물의 틀을 수정할 필요를 느꼈다.
동의한다며 헛웃음을 지은 로사나의 표정이 너무 슬퍼 보였기 때문이다.
발달된 감각이 로사나 눈가의 작은 떨림을 놓치지 않았다.
“…아니군, 너는. 그 ‘로사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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