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트라우마로 인해 감정을 잃은 플로라. 그런 플로라를 곁에서 끊임없이 지켜준 힐라리오. 그리고 그 둘 덕분에 살기로 결심한 블레이크.
하지만 한 기점으로 즐거울 것만 같았던 어린 시절의 평화가 깨져버리고 만다.
서로 원치 않게 헤어진 후 블레이크와 플로라는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나게 되는데.
어느새 완연한 남성이 된 블레이크는 플로라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훅 끌어당겼다. 청량한 향기와 옅은 풀향이 후각을 자극했다. 배와 배가 맞닿은 곳에 남자의 촘촘히 짜인 단단한 근육이 느껴졌다.
플로라의 말랑하고 부드러운 살, 살에 스며든 옅은 꽃향기에 머리가 아찔해져 왔다.
느른하게 뜬 눈, 퇴폐적이기까지 한 그 관능적인 남성은 플로라의 눈가에 입술을 지분거렸다. 가만히 기도하듯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내리누른 그가 낮게 속삭였다.
“진짜 플로라.”
“응.”
“가짜가 아닌, 진짜 플로라.”
그가 입매를 길게 늘어뜨리며 짙게 미소지었다.
“드디어 찾았다.”
블레이크의 루비색 눈동자가 그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진한 독점욕과 소유욕으로 번들거렸다.
***
플로라가 잊고 있었던 끔찍한 트라우마를 기억해낸 순간, 그녀는 블레이크와 힐라리오를 바라보며 가녀리게 떨리는 손을 내밀며 간절히 호소했다. 마음 속 꽁꽁 감춰둔 그 한마디. 플로라는 힐라리오와 블레이크에게 기대고 싶었다.
“나 좀 이 지옥에서 꺼내주라.”
“…….”
“날 살게 해줘.”
떨리는 플로라의 음성은 이내 울음으로 젖어 눈물을 펑펑 쏟아내기 시작했다. 울고 싶어도 나오지 않던 눈물이 힐라리오와 블레이크를 본 것만으로도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다.
“너희는…….”
입가에서 피가 주르륵 새어 나오는 와중에도, 그날 이후로 흘린 적 없던 플로라의 눈에서 투명한 눈물이 흘렀다.
“내 빛이잖아.”
과연 플로라와 힐라리오, 블레이크는 우정과 사랑 모두를 지키며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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