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것을 가진 채 태어났다.
죽은 것을 살려 낼 수 있다는 황금피.
그로 인해 자유를 박탈당한 채로 살아가면서도, 언젠가는 바다를 볼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고 하루하루를 보냈다.
어느 날, 숲속에서 홀로 죽어 가던 그 소년과 만나기 전까지는.
“……넌. 형님의 사람이 아니군. 누구지?”
“세……. 헙.”
그렇게 맺어진 인연을 시발점으로 잠잠한 호수와도 같던 내 일상에 파도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바깥은 세리, 네게 위험하다고, 그러니까 언제나 조심하라고! 이 쉬운 부탁이 그렇게 어렵나?”
조금씩,
“저는 거짓말쟁이에요, 작은 아가씨.”
조금씩,
“그야 물론이지. 네가 내 사람이 되는 순간부터 나는 너의 것이다.”
조금씩.
그러다 마침내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뒤바뀌고 그 거대한 파도에 속절없이 잠식되었을 무렵.
‘쉿.’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던 소녀와 어른이 되어야만 했던 소년은,
“……루, 아니, 폐하께 계약 약혼을 제안하고 싶어요.”
“어디 한번 계속 말해 봐.”
마침내 잔뜩 엉킨 운명을 안은 어른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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