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에 손을 올린 채, 한 남자가 안에서 두 사람을 지그시 바라봤다.
비어있는 옆 좌석 사이로 창밖의 장면이 가슴을 아프게 파고들었다.
시종일관 회사에서 보여준 차가운 모습과 달리 슬픈 표정을 한 윤재가 그들이 있던 자리를 바라봤다.
“난 당신의 그림자가 아니야.”
조금 전,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별을 고한 여자가 들려준 한마디는 언젠가 은호가 한 것을 그대로 닮아있었다.
“난 형의 그림자가 아니야.”
울 것 같은 눈으로 덤덤하게 뱉던 그 옛날의 원망이, 오늘은 서연의 목소리로 겹쳐져 전신을 덮쳐왔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이 들려준 두 사람이 윤재의 망막에 비수처럼 꽂혀 들었다.
서윤재란 빛에 가려 그늘이 되었다는 두 사람이 짜 맞춘 듯 같은 소리를 하고 마주 보며 웃었다.
한 번도 제게 보여준 적 없던 해맑은 표정을 한 윤은호 네가.
오직 자신만이 아는 이서연 너의 미소를 만났다.
서로를 함께 보던 그 순간이 너무도 닮아 보여서. 그게 너무도 불안하게 느껴져서.
윤재는 이러다 저 둘이 어딘가로 떠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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