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해.”
낮고 무거운 음성이 거실 공간을 울렸다.
그녀가 왼손 약지에 끼워져 있는 다이아를 빼내 탁자 위로 올려놓았다.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것쯤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그동안 힘들었죠? 나 때문에.”
아주 잠깐 목소리가 멈췄다.
“좋아요. 이혼해요, 우리.”
-본문 중에서-
긴 세월은 그를 피해 간 듯했다. 정갈할 정도로 깔끔한 얼굴선도, 이목구비도 그대로였다. 살이 조금 더 빠져 얼굴이 날카로워 보이는 것만 뺀다면.
잠시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던 도화가 고개를 들었을 때 놀란 듯 눈이 커진 신혁과 시선이 마주쳤다.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을 한 채 앞으로 걸어오는 그를 보며 도화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오랜만이야.”
심장이 쿵,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도화는 순간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눈앞이 눈물인지, 뭔지 모를 것으로 흐려진다.
“박도화?”
그의 목소리는 변함이 없었다. 여전히 깊고, 진중하고 낮다. 그리고 가슴을 서걱거리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손끝이 차게 식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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