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재조명

관계의 재조명

17살에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신 주혁.
그들과 친한 친구였던 주은의 부모는 일가친척이 없는 주혁을 사랑으로 거둔다.
그날로부터 주혁은 주은의 가족으로 살아가지만, 결코 가족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자신을 믿고 거둬준 주은의 부모를 생각하면 주은을 이성으로 느껴선 안 되는 걸 알지만, 주은을 향한 마음을 접을 수 없어 독립을 위해 능력을 기르기 시작한 주혁.
어느 날, 그는 단호하고 갑작스럽게 주은과 주은의 가족 곁을 떠난다.
남겨진 주은과 그녀의 가족은 그의 독립을 혼란스러워하는데.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고…….
주은은 생각지 못한 장소에서 주혁과 재회한다.
상사와 부하직원으로, 그것도 직속 상관으로 마주하게 된다.
배신감과 그리움 그리고 원망이 뒤섞인 8년.
주은은 저돌적으로 다가오는 주혁을 밀어내기 급급하다.
그러나 밀어내려 할수록 주혁은 더욱 바짝 다가오는데.
***
“너, 뭐야.”
주은이 입술을 질끈 물었다. 뭔데 이제 와 이렇게 나타나서 사람 마음을 온통 흔들어 놓는 건데. 속에 있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가 삼켜진다.
“뭐긴. 말했잖아. 차주혁이라고.”
“그런 걸 말하는 게…….”
“여전히 예쁘네.”
말문이 턱 막혔다. 그녀의 마음처럼 눈동자가 정처 없이 흔들렸다. 주혁은 그런 주은의 머리를 가만가만 쓰다듬었다. 다정하기 그지없는 손짓에 왈칵 눈물이 차올랐다.
지난 5년을 더는 그립지 않다고 난 이제 널 생각하지 않는다고 완전히 잊겠다고 다짐했건만.
“여전히 눈물도 많고.”
조심스러운 손길이 그녀의 눈가를 훔친다.
“잘 지냈어?”
한없이 다정한 목소리와 눈길이 따라온다. 머릿속에서 메아리치듯 한참 울린 그 음성이 다시 귓가에서 들려왔다.
“난 전혀 잘 지내지 못했어. 공주은이 없는 내 인생은 죽는 것보다 더 힘들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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