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칼날을 감싼 장미꽃 [선공개]

부러진 칼날을 감싼 장미꽃

‘날 죽이고 싶으면 차라리 솔직하게 말해. 죽어 줄 테니.’
소문대로 작고 연약해 보이던 넷째 왕자가 까탈스럽다 못해 좀 별난 성격이란 건 머리 뽑힌 첫 만남 이후 바로 깨달았다. 
“내가 바라는 건 오직 하나야. 그대의 곁에 내가 있을 자리를 만들어 줘.” 
6년 만의 재회이자, 청혼이었다.
“제가 전하의 바람을 이뤄 드리면, 전하께선 제게 무엇을 주시겠습니까?”
“내 모든 걸 줄게.”
전쟁영웅이라 칭송받게 된, 적국 첩자로 인해 가족을 잃은 기사.
왕실의 수치라고 외면받던, 적국의 피를 이은 반쪽짜리 왕자.
두 사람의 결혼은 왕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하는데.
* * *
‘당신과 나 사이에 사랑 따윈 필요 없다.’
적당한 거리. 적당한 애정.
서로를 알되, 자세히는 알지 못하는 관계.
우린 그걸 지켜야 한다.
“아도라. 정말 소중한 건 말이야, 나만 알아야 하는 거야.”
마치 보기 좋게 포장된 겉면을 보여 주듯.
중요한 부분은 교묘하게 숨겨서.
아주 예쁘고 아름다워 누구나 혹할 수 있게.
6년 만에 재회한 남자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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