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한 남부의 베스페라 왕국, 그 왕실에는 유일한 오점이라 불리는 소녀가 있다.
왕가의 흑발 대신 동백처럼 붉은 머리칼을 타고난 탓에 부정한 아이로 낙인찍혀, 날 때부터 온갖 학대에 시달리던 공주가. 결국 카멜리아 공주는 거대한 대가를 치르고 스스로의 감정을 봉인하고 만다.
그렇게 그저 유능한 기계처럼, 무능한 부모 대신 왕국을 지탱하며 혹사당하던 그녀에게 찾아온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 카멜리아는 대륙의 천 년 방패이자 이 땅의 유일한 제국, 북부의 메리디에스가 내민 손을 잡고 겨울을 향해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하얀 설원과도 같은 남자와 마주한다. 아무리 밀어내도 자꾸만 미련하게 다가서는 남자로 인해 굳게 잠겨 있던 감정의 봉인은 자꾸만 흔들리고, 잔인한 운명이 남긴 예언은 두 사람이 딛고 선 마지막 땅마저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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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니헨, 나는 이곳에서 당신을 만나 행복했어요. 정말로, 내 생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그동안 알지 못했던 것들, 나눌 수 없었던 것들을 충분히 다 누렸어요. 내가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그건 아마 당신을 만난 걸 거예요. 다만 한 가지 가장 후회하는 게 있다면, 그것 역시도 당신을 만난 일이에요. 나는 당신이 바라는 걸 끝내 줄 수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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