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언제나 우리 곁에[단독선공개]

파리는 언제나 우리 곁에

저런 숙맥이라니. 어쩌면 저렇게 겉과 속이 다를까. 허우대는 여자 여럿 울리게 생겨서는 참 헷갈리게 만드는 인물이다.“쌤, 아직도 빨개요.”“이쪽 문제 보자.”“……그런 건 노력하면 익숙해지는 거라구요.”인강 쌤이 한숨을 푹 쉬었다. 왜 안 그렇겠냐. 나라도 한숨이 나오겠다.“노력해 볼 생각은 있어요?”“뭐, 뭘?”“제가 도와준다고 했잖아요. 손이라도 잡아 볼래요?”답답하다는 듯이 내가 손을 책상 위로 턱 내밀었다. 인강 쌤은 물끄러미 내 손만 쳐다보고 있다. 아, 그러고 보니 내민 팔뚝이 너무 뼈다귀처럼 말랐다. “쌤은 여자랑 스킨십에 취약하니까 조금씩 해 보자고요. 문제가 있으면 먼저 인식하고 조금씩 노력해서 극복해야 한대요.”“……의사가 그래?”어제 병원 갔던 걸 알고 있었구나. 나도 모르게 눈을 피하고 우물거렸다. 곧 죽어도 내 ‘문제’는 쌤하고 얘기하고 싶지 않다. 나도 뭐 체면, 그런 게 있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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