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공작 부부의 나날들》에 나오는 황제, 알렉산더는 비중 없는 조연이자 호구다.
나는 그런 캐릭터의 아내에게 빙의했다.
그런데 바보인 줄 알았던 이 남자, 알고 보니 무척 똑똑한 데다 못 하는 게 없다.
이대로 썩히기 아까워 그가 제대로 황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랬더니 누구보다 황제답고, 그를 무시하던 주변 사람들도 달리 보기 시작하는데…
“본격적으로 황권을 확립해 볼까, 합니다.”
그에게 점점 끌리는 중에, 그가 나를 위해 더 나은 남자가 되겠노라 얘기한다.
기쁘게 받아들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알렉산더에게서 낯선 모습들이 나타나서 혼란스럽다.
순둥하게 웃을 줄만 알았던 저 남자가, 저런 표정도 지을 줄 알았던가?
“자꾸 화가 나요.”
“……!”
“당신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요.”
순하고 바보 같은 줄로만 알았던 이 남자.
그의 본모습은 뭐가 진짜이고, 그의 본심은 무엇일까?
*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맹세했는데.”
알렉산더가 내 눈을 보며 말했다.
“자꾸 욕심이 나서 문제예요.”
“어떤 게 욕심이 나시는 거예요?”
“모든 것이요, 메리앤.”
그가 속삭였다.
“모든 것.”
알렉산더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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