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온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아리스티의 세상은 침대랑 방 하나가 전부였다. 작고 좁으며, 색이 바래서 무채색에 가까운 세상이었다. 가족들이 없었다면 완벽한 무채색이었을, 그런 암울한 세상.
하지만 테온이 먼저 손을 잡아준 순간부터 아리스티의 세상은 변했다.
***
“나 테온 프리아는 아리스티 르텔이 내 신수이자 연인이 되기 전에 그녀에 대한 마음이 변하면 기꺼이 죽겠노라 맹세합니다.”
검의 서약은 서약자가 목숨을 내걸고 검에 하는 맹세였다. 맹세를 어기거나 정해진 기간까지 이행하지 않으면 심장에 깃든 검이 서약자의 숨을 단번에 끊어 내는 무서운 서약이었다.
그럼에도 열 살의 테온은 조금도 주저 없이 맹세를 읊었다. 그의 피를 머금은 검이 빛을 내며 사라지자 아리스티가 경악했다.
“너 미쳤어?”
“응. 너한테 미쳤어.”
테온이 말갛게 웃으며 아리스티의 손을 제 왼쪽 가슴에 얹었다.
“네 거야, 아리.”
평균 2.75 (2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