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 나라도 그의 손에 넘어가는가.바리프의 여왕, 가이야 서유는 무뢰의 침략자를 앞에 두고 죽음을 각오한다.그리해서 이 나라의 백성들을 지킬 수만 있다면, 기꺼이.“오랜만입니다. 정말, 오래 기다렸소이다. 정말로…….”여운을 뚝뚝 흘리는 진득한 그의 음성에 서유는 두 눈을 키웠다. 오랜만이라? 그와 제가 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였던가?의문을 그리는 서유의 눈동자에 여휘는 미묘하게 입 끝을 올렸다. 그럴 테지. 알아차리기 힘든 것이 당연하다. 일말의 희망을 품었지만, 그녀가 저를 알아채지 못한 것은 서운함과 동시에 희열이었다. 한량보다 나태했던 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안도가 더 컸다. “여전히 아름다우시군요. 여왕”서유 앞에 한쪽 무릎을 꿇은 여휘가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 서유를 보며 멈춘 여휘의 얼굴에 승자의 느긋한 미소가 피었다.무심했던 그녀에게 잠깐의 당혹이 비쳤다. 그 순간을 여휘는 놓치지 않았다. 이런 귀여운 왕을 보았나.소리 내어 웃고 싶은 걸 여휘는 숨과 함께 삼켰다. 권위가 흐르는 그녀에게서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그녀 옆에 있으면 이런 새로운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을까. 상상만으로도 적군의 목을 벨 때처럼 전신에 피가 돌며 심장이 요동쳤다. <[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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