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너와 나의 위치다.”
황양국의 태자, 현에게 초아라는 여인은 그저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아니, 도구여야 했다.
아무리 그녀의 해맑은 웃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도,
그녀로 인해 가슴이 두근거려도,
그녀는 그를 위협하는 적의 ‘도구’였기에.
“이곳에 온 것은 저의 의지였습니다. 저는 도구가 아닙니다.”
그저 그가 좋았다.
그 희미한 미소가 얼굴 전체에 밝게 드리우는 걸 보고 싶어서,
그를 사모해서 자진해서 들어온 황궁.
그러나 그에게 그녀는 그의 목숨을 위협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황위를 놓고 벌어지는 긴박한 대립 속에서
엇갈린 운명의 현과 초아.
그들은 과연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본문 내용 중에서]
“어사대부의 딸, 초아가 전하를 뵈옵니다.”
초아……? 초아?
지난 한 달간 자신의 머릿속을 맴돌던 이름이다. 맑고 싱그러운 푸른 풀 같던 아이, 그 이름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과 함께!
“……!”
생글생글 웃으며 자신을 보는 모습에 현의 눈이 커졌다. 그 아이다!
“너, 너는…….”
냉철한 태자가 말을 더듬었다.
초아? 어사대부 은한의 딸, 은초아?
“헤헤헤, 안녕하세요? 전하, 생신도 축하드립니다!”
그를 아는 척하는 맑고 큰 눈망울을 보며 분노가 일어났다.
“계획적이었나?”
왜 갑자기 화가 나신 거지?
초아는 갑작스러운 그의 모습에 당황해서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네, 에?”
그 객점은 그가 항상 들르는 곳이다. 그의 행동을 관찰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가 거기 들를 것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에게 접근하라고 시키던가?”
“저, 전하?”
항상 차분하고 냉철한 그가 지금은 화를 억제할 수가 없었다.
“일부러!”
앞에 있던 탁자를 쾅 내리치는데, 펼쳐 있는 책이 보였다. 푸른 표지의 병서……. 그도 많이 읽던 책이기에 금방 무슨 책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하! 책.”
끙끙 싸 짊어지고 다니던 보따리.
“저, 저.”
갑작스레 화를 내는 그 때문에 초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겁먹어 더욱 커진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그녀를 알아보고 반가워할 줄 알았는데…….
“누가 시키던가?”
커다란 눈에 가득한 눈물. 계단에서 굴러 넘어졌을 때도 눈물이 그렁그렁했었다. 그는 순간 그녀의 이마를 살폈다. 상처는 다 나은 모양이다.
“어사대부? 태위? 왕야?”
“무엇을…….”
꼭 깨문 입술. 금방이라도 눈물이 후두둑 떨어질 것만 같았다. 현은 더 화가 났다.
그 모습을 보던 그가 확 돌아서 나가 버렸다. 그곳에 더 있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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