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배반한 새끼가 아직도 그리워?”
“….”
“정말로 사람 미치게 할 생각 아니라면!”
우철은 다음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욱하는 심정에 소리쳤지만 그를 빤히 바라보는 은성의 눈빛에 가슴이 더 얼얼했다.
둘 사이로 무거운 침묵이 깔렸다.
창문을 세차게 두드리는 빗줄기 소리만 방안을 채웠다.
은성이 피로한 목소리로 입술을 뗐다.
“우철 씨.”
“….”
“내가 불쌍해요?”
“….”
“아니면 나 좋아해요?”
우철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우두둑 뼈마디가 산산이 조각날 듯한 강한 압력에 손등 위로 힘줄이 퍼렇게 일어섰다.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닌가?”
은성은 그에게 눈길을 한번 주었다가 방바닥에 쏟아진 알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우철은 그녀가 당장 약을 집어 먹을까 봐 두려웠다.
주먹을 펴고 손을 펼쳐 알약들을 홱 치웠다.
거센 바람을 일으키는 듯한 손짓에 알약들은 장롱 밑으로 데굴데굴 들어갔다.
“우리, 잘래요?”
믿을 수 없는 말이 은성의 입에서 나왔다.
우철은 쇠망치로 한 대 얻어터진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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