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라이, 흩어지리 [단행본]

아스라이, 흩어지리 완결

“나를 죽여 주시오.”
주변으로 들리던 소음이 단절되고, 이 공간에 오롯이 두 사람만 있는 듯했다.
“내 어머니께서는 나를 낳으시고, 한 번 안아 보지도 못하신 채 돌아가셨다.”
“…….”
“이렇듯 간절히 살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 있거늘 네 어찌 죽음을 재촉하느냐. 내 감히 너의 고달픔을 모두 알지는 못할 것이나 죽어 없어지는 것보다는 살아서 힘든 것이 나을 것이다.”
따듯하고 다정한 강준의 목소리가 다시금 모진 바람에 홀로 놓인 자영을 위로하며 감싸주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자영은 말을 잇지 못하고, 허공에 들고 있던 은장도를 힘주어 잡았다. 이윽고 강준은 자신에게 죽여 달라 내민 은장도를 집어 들어 들더니 가져가 버렸다.
“이것 네게 중한 것이더냐?”
침묵, 그것으로 답을 대신하였다.
“너와 내 인연이 한낱 스치고 지는 것이 아니라면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은장도를 돌려받기 위해서라도 살아 보거라.”
“…….”
“그때까지 내가 소중히 지니고 다니마.”그리고 그가 내민 것은, 죽은 어머니가 남긴 모란꽃 자수가 깃든 손수건이었다. 모란꽃이 생글생글 금방이라도 나비가 날아와 앉을 것 같은 자태였다. 선뜻 받아들지 못하였으나 다음으로 남긴 그의 말에 마음이 동하고 말았다.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
몹시 아끼던 공주의 죽음 후 폭군이 되어버린 왕 탓에 나라는 점차 어려워지고, 왕을 밀어내려 반정을 계획했던 자영의 아버지는 역모죄를 쓰고 숙청당한다. 아버지의 사망 후, 한순간에 양반에서 노비가 된 자영은 삶을 포기하려 한다. 모질게 마음을 먹고 은장도를 든 순간, 낯선 남자가 나타나 그녀에게 말을 건다.
그와의 만남 이후, 자영의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되는데…….
고통 속에서 피어난 꽃 《아스라이, 흩어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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