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둥이 길들이기

바람둥이 길들이기

강우진, 그는 PK무역의 여직원들이 모두 선망하는 전략기획실의 팀장이었다. 그러나 은경은 그런 그를 좋아할 수가 없었다. 몇 개월에 한 번씩 여자를 갈아 치우는 바람둥이라니... 딱 질색이었다. 그런 생각을 마음속에만 담고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그 놈의 술이 원수였다. 술자리에서 신나게 강우진을 씹어대던 은경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우진이 제가 하는 이야기를 다 듣고 있었다는 사실을. 갑자기 영업팀에서 기획실로 발령이 났을 때 은경은 그의 복수가 시작되었음을 깨달았다. 이 남자, 날 자기 밑에 데려다놓고 본격적으로 갈구겠다는 심보잖아. 그러나 은경이 모르는 게 하나 있었다. 우진이 그녀를 기획실로 데려온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은경 씨가 나를 얼마나 싫어하는지는 나도 잘 압니다.” 뭐라고? 바... 방금 내가 뭘 들은 거지? 서... 설마!“솔직히 난 좀 신선했거든요.” 네? 신선이요?“날 대놓고 싫어하는 여자는 처음이라....” 그렇게 말해놓고 조용히 웃고 있는 우진이었다. 신선했다고? 그런 말도 안되는....“원래 그렇게 곁을 잘 안 주는 스타일이에요? 아니면 나한테만 예외적으로 틈을 안 주는 건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은경의 눈을 빤히 바라보는 우진이었다. 대놓고 정면에서 빤히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도 못하고 얼떨결에 마주보면 된 은경은 갑자기 숨이 턱 막혔다. 빨아들일 듯한 강렬한 눈빛이었다. 마치 거미줄에 걸린 하루살이가 된 기분이었다.“그런데 그거 알아요? 감출수록 더 알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라는 거?” 농담인 듯 농담이 아닌 농담이었다. 이제 겨우 정상적인 속도로 박동을 하고 있던 은경의 심장이 다시 미친 듯이 펌프질을 하기 시작했다. 무슨 뜻으로 하는 이야기일까? 아, 심장 아파. 이 남자랑 조금만 더 같이 있다가는 심장병 환자가 될지도 모르겠어. 이러니 여자들이 안 넘어가고 베기겠어? “팀장님이랑 같이 있으면 왠지 자신이 괜찮은 여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팀장님이 이렇게 누구한테나 잘 해주시니까요.” 은경의 말이 끝나고 나서도 우진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저 은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을 뿐. 그 눈빛이 너무 진지해서 은경은 잠시 자신이 무슨 말실수를 한 게 아닌가 걱정이 됐을 정도였다. “왜 내가 누구한테나 다 잘해줄 거라고 생각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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