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서, 미(美)치게 사랑한다

미쳐서, 미(美)치게 사랑한다

끝이 보이는 사랑.
미칠 것 같은 건, 그럼에도 멈출 수 없다는 것.
미쳐가는 두 남녀가 미(美)치게 사랑하는 이야기.
“그냥. 점심은 먹었나 해서. 어제저녁은 먹었어?”
[음. 라면.]
그냥 먹었다고 하면 될 것을. 꼭 저렇게 말한다. 제가 한 음식을 먹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려고.
“잘했어.”
서현은 애써 담담하게 대꾸했다.
“나 지하철 안이야. 그만 끊을게.”
[그래. 들어가.]
일부러 새침하게 말하는데도 그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 서현은 더 사랑하는 사람이 손해라는 말을 떠올리며 쓰게 웃었다. 두 사람은 분명 서로를 사랑한다. 서로에게 고백도 했었다. 다만, 그 이상을 바라지 않는 방법이 다를 뿐이었다. 언젠가는 끝내야 할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그는 밀어내는 반면, 서현은 후회 없이 사랑하고 있었다.
***
지한은 끊어진 전화기 화면을 보며 욕설을 뇌까렸다. 하려던 말은 이게 아니었는데, 꼭 이런 식으로 서현을 대하게 된다. 목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주제에, 무뚝뚝하게 말을 내뱉었다.
“바보 같은…….”
자기 혐오를 못 이겨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이럴 때는 남들처럼 담배라도 피우고 싶었다. 뿌연 연기를 내뿜을 때마다, 복잡한 생각과 근심거리도 함께 내뿜고 싶었다. 군에서 담배를 배울 기회가 몇 번 있었지만, 본인 후각이 예민한 데다가, 서현이 담배 냄새를 극도로 싫어했다.
‘키스할 때 담배 맛이 난다고 생각해봐. 있던 정도 다 떨어질 것 같아. 원영이 얼마 전에 남자친구 생겼다고 내가 말했지? 그 남자친구가 복학한 선배인데, 심각한 헤비 스모커라고 해. 그래서 키스할 때마다 담배 맛밖에 안 난다고 헤어졌어.’
‘그래서 헤어졌다고?’
지한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물어보자, 서현은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응. 나 같아도 싫어.’
서현과 나눈 대화에 적잖이 놀란 지한은 담배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혹시라도 담배 때문에 서현이 저를 떠날까 봐 무서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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