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전국 사막의 신녀에게 집착하는 황국의 황제 데미안과 죽지 않는, 죽어도 다시 살아나기를 반복하는 신녀 레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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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교만한 것인지, 네가 건방진 것인지.”
겁을 줘도 뱉은 말을 철회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레일라를 보며, 그는 아주 작은 흥미가 일었다.
“오만한 내 보기에는 후자인데.”
전쟁의 마무리가 슬슬 지루해가던 중이었다. 무심한 이 표정을 일그러트리고 난 뒤에 죽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나면. 네년을 사자 우리에 집어 넣어주마.”
그는 그녀가 살려달라고 비는 꼴이 보고 싶었다. 하늘의 사랑을 받는다는 계집이 바닥에 설설 기어 다니는 꼴을 보면, 기분이 괜찮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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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라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황제가 하는 모든 행동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왜, 같은 침상을 써야 하는지.
왜, 그녀의 먹는 것을 챙기는지.
그러나,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기회가 되면 발코니에서 뛰어내리면 그만이니.
그게, 죽음에 숙련된 그녀의 기본자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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