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아주세요, 대공

참아주세요, 대공

키에런 소후작의 모조품.
베일 후작 부인의 실패작.
루버의 부랑아.
그 모든 것이 그녀. 아니, 그를 칭하는 말이었다.
적어도 클로드 델 이하르를 만나기 전까지는.
클로드는 잠든 카닐리언을 고요하게 응시했다. 머리카락과 같은 금색 속눈썹이 하얀 얼굴에 연한 그림자를 만든다.
제아무리 야외 활동을 싫어한다 해도, 지나치게 하얗고 가늘다. 목엔 변성기의 상징도 도드라지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사내들의 땀 냄새와는 질적으로 다른 향기가 났다.
후작저 곳곳에 피어난 라벤더 향일까? 아니면 강가에 흐드러지게 핀 양귀비의 향기일까.
향을 더 음미하듯 고개 숙인 그의 코끝에 닿은 보드라운 뺨. 카닐리언이 내뱉은 가는 숨결이 그의 관자놀이를 간질인다. 덩달아 맥박이 빠르게 뛰어대기 시작했다.
‘정말 미쳤나 보군…. 아니면, 미쳐가고 있든지.’
자조하듯 탄식한 클로드는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상체를 숙여 커프스를 주웠다. 섬세하게 커팅된 에메랄드의 반짝임이 카닐리언의 눈동자 색을 떠올리게 했다.
그 사이 반대편으로 홱 기울어졌던 카닐리언의 고개가 아래로 푹 숙어진다. 상체를 숙인 채 커프스를 움켜쥔 클로드는 고개를 틀어 카닐리언을 올려다보았다.
손바닥과 등, 두피에서부터 시작된 열에 진땀이 흘렀다. 꿀이라도 발라놓은 듯 매끄러운 리언의 입술에 사로잡혔다.
더위 때문일 것이다. 차 안을 가득 채운 더운 공기가 자신을 미치게 만든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결단코…. 사내에게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 따윈 하지 않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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