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실험체로 잡혀온 남주에게 식사를 가져다주는 심부름꾼 아이로 빙의했다.
실험이 성공해 남주가 힘을 얻으면 연구소는 불바다가 된다.
그러니 그전에 도망가려고 했지만, 잔혹한 실험을 당하고 괴로워하는 남주가 안쓰러웠다.
그래서 연구원들 눈을 피해 몰래 이것저것 챙겨줬다.
“그러고 보니, 너 이름은 뭐야?”
“이름 같은 거…… 없어.”
“네가 지어줘.”
“어?”
어쩌다 보니 남주와 조금 친해졌다.
“날 버리고 갈 거야? 그러지 마.”
“아…… 하지만-”
“아니스, 넌 내가 잘못돼도 좋아?”
“으…… 아니. 아니, 싫어.”
“그럼 곁에 있어 줘.”
하지만 실험의 부작용으로 괴로워하는 그를 치료할 수 있는 건 원작 여주뿐.
나는 그를 돕다가 제 짝을 찾아가도록 몰래 떠나려고 했는데…….
“날 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 그런데, 전부 거짓말이었어?”
불타는 연구소를 배경으로, 에밀리안이 서늘한 눈으로 웃었다.
“착한 아이는 약속을 지켜야지.”
뺨에 닿는 손의 온도가 차갑다. 붉은 눈동자가 나를 옭아맬 듯이 감겨든다.
“대답, 안 해줄 거야?”
……어쩌지.
도망칠 타이밍을 놓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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